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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경성 식욕부진증 가족의 특징

 본 사례의 가족 배경은 친할머니와 고모가 동거하는 확대가족이며 아버지의 원 가족의 종적 결합이 강한 가족 속에 어머니가 끼어 있는 형태이다. 종적 결합이 강한 가족구조일수록 부부로서의 보완적인 역할 조정이 곤란하며 어머니의 역할, 지위가 불확실해지므로 갈등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 가족의 기둥 역할을 하면서 군림하는 친할머니를 정점으로 심리적인 독립을 하지 못한 채 할머니에게 의존하는 아버지, 그리고 응집력이 강한 아버지의 형제가 어머니를 소외시키는 형태가 되었다. 이처럼 종적인 결합이 강한 구조는 가족이 몇 개의 하위 체계로 분열하여 가족 내의 갈등을 유발하기 쉽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 속에서는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오히려 폭군 적인 아버지로서 허세를 피우게 되기도 한다.

 어머니는 아내, 어머니의 역할보다는 시어머니에게 잡혀서 일만 하는 며느리, 노동력을 제공하는 남성 역할만 할 뿐이다. 더 나아가 육아라는, 어머니로서의 고유의 역할은 할머니에 의하여 대행되고 있다. 집안은 아버지, 할머니, 고모로 연결되어 어머니는 일방적인 인내를 강요받으며 할머니를 돌보고 일하는 것으로 부부간의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다. 어쨌든 어머니는 큰 부담을 안고 가정의 중요한 문제를 혼자서 짊어지고 있다.

 미뉴친은 신경성 식욕부진증 가족의 연구를 많이 하였는데, 그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가족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보았다.

 첫째, 가족의 존재는 전형적으로 밀착되어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속하는 것을 보다 중요시한다. 자립과 자기실현보다는 충성심과 보호가 우선한다. 

 둘째, 부모의 양육 태도는 자녀 지향 또는 자녀 중심적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움직임이나 욕구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모든 것에 주의를 집중한다.

 셋째, 자녀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견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어떤 행동을 하기 이한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넷째, 가족의 가치 기준에 충실한 나머지 같은 나이가 또래와 대인관계를 가지는 기술이 부족하다.

 다섯째, 자녀는 가족과 지나치게 뒤엉켜 있으므로 가족 이외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결국 자녀에게 요구되는 발달단계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이와 같은 아동은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위기에 빠진다. 또래 사이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와 지금까지 습득해 온 가족만을 향한 방법 사이에서 너무나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 스스로가 부모에게서 독립할 힘이 없으므로 오히려 부모에게 초점을 맞추는 역설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부모 세대 역시 자신들의 부모와 지나치게 밀착된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세대를 뛰어넘는 연합이 배우자와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방해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양상은 다른 한쪽의 배우자가 자신의 핵가족 속에서 자녀와 연합을 맺는 형태로 그대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2. 격리된 가족 : 비행 자녀를 둔 가족

   에릭슨의 이론을 통하여 청소년기 자아 정체감 확립의 중요성이 강조된 이래, 우리는 자칫 청소년기는 자립이 최고의 선택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립이란 가족과의 정서적 유대를 경험한 자녀의 발달과제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가족의 유대는 물론 친밀한 부모 자녀 관계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자립으로 내몰리는 아동도 있다. 우선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한다.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절도죄로 경찰에 보호되었다. 경찰은 곧 집에 연락했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아이의 말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는 부모와 누나, 소년의 4인 가족이었으나 현재는 가족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아무도 없이 자기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소년의 가정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자. 소년의 친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이며 현재는 어디에 있는지 행방을 알지 못한다. 집에 있는 돈을 모두 가지고 가출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는 술집에서 일하며 소년과 누나와 함께 살았다. 그러나 가끔 찾아오는 아버지는 태도에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행패만 더욱 심해지자, 어머니는 소년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이혼을 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세 식구가 살았다. 얼마 전 소년의 새로운 아버지가 된 사람은 폭력조직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집에 있던 새아버지는 소년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체포당했다. 이 일이 있은 지 일주일 후 어머니는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최근 어머니에게 반발하고 있던 누나도 동생에게 자신을 찾지 말라는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아인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살아간 것이다.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서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점원에게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이 사례처럼 모두가 제각각 흩어진 이러한 가족은 비행 청소년의 가족 안에서는 그다지 찾기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사례를 통하여 알코올 중독의 아버지에게 진저리가 난 어머니의 이혼, 재혼한 남편의 체포와 어머니의 가출, 누나의 가출로 고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이 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중 어느 하나도 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비행 청소년의 특징

 청소년의 비행은 사회규범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처럼 도시화, 산업화 등으로 다양해진 사회 속에서는 청소년의 비행 역시 다양화되고 있으며, 비행하는 청소년 역시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즉, 입시경쟁으로 질식할 것 같아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이 있다. 또는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일할 장소가 없어서 비행으로 빠지는 청소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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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이 신경성 식욕부진증 청소년의 전형적인 특성을 기술하여 묘사한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단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젊은 여성에게서 일어난다.

 둘째,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마르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셋째, 습관적인 대식과 편식 및 구토를 반복한다.

 넷째, 칭찬하지 못하거나 정반대로 활동성이 높고 또는 일에 열중한다.

 다섯째, 자신의 현재 상태가 병이라고 보지 않고 오히려 만족하는 때도 있다.

 여섯째, 반복되는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인다.

 일곱째, 행동 전반에 충동성이 존재한다.

 여덟째,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성숙 혐오, 여성성 기피, 금욕주의 등 자신의 심리적 세계에 상당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              있다.

 아홉째, 식욕부진이 자기의 내적 세계와 가족 내의 갈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2) 사례 소개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2 여름부터 키가 작고 뚱뚱한 자신의 외모에 신경이 쓰여서 키를 늘리고 싶다는 욕심에 많이 먹었다. 그런데 원하던 키는 그대로이고 체중만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중3 여름부터는 반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차츰 먹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월경이 중단될 정도로 지나치게 마르게 되었으며, 도벽이 있다는 이유로 상담실에 불려 가기도 하였다. 가족은 친할머니. 부모, 오빠, IP의 다섯 명이다. 아버지는 회사원이나 음식점 경영을 부업으로 하고 있어 가정 형편은 중류 가정 정도이다. IP가 출생했을 때는, 이혼하여 친정에 와 있던 고모와 동거했으며, 친삼촌이 정신병을 앓은 일이 있다.

 부모는 중매결혼을 했다. 아버지는 소심하며 신경질적이고 꼼꼼하여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쓰거나 걱정이 많다. 또한 사회적이지 못하여 집에서는 화를 잘 내고 고집이 세며, 자기중심적인 가부장적 태도를 보였다. 1남 2녀 중 장남으로 할머니와 정서적 연결이 강하다. 이와는 달리 어머니는 확실하여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으면 마음을 놓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아버지가 회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경영하는 음식점은 어머니가 거의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사교적이며 활동적인 사람으로 가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으나 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이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오빠는 할머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컸는데 낙천적이며 사교적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청년이었다. 현재 사립대학교 1학년이다.

 IP가 태어날 때 집안은 할머니를 중심으로 아버지, 고모가 있어서 어머니는 어제나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처지였다. 정상분만으로 발달은 순조로웠고 어머니는 일이 바빠서 할머니가 IP를 맡아서 키웠다. 할머니는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IP의 출생을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고 오빠를 더 귀여워하였다. 혼자서 잘 놀고 모든 걸 스스로 하는, 손이 가지 않는 아이였지만 고집이 조금 세었다. 5살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유치원에 가는 걸 좋아하여 아무런 문제 없이 다녔다. 친구와도 활발하게 잘 놀았다. 같은 시기, 집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고부간의 문제로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심한 경우 폭력을 행사 일이 자주 있었다. IP는 아버지가 찻잔을 집어던지면서 화를 내어 어머니가 밖으로 뛰쳐나가자 아버지가 뒤쫓은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IP는 그때 어머니가 불쌍했다고 회상하였다.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였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으나 좀처럼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럴수록 중심적인 존재로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기분이 강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 편만 드는 아버지와 그것에 만족하는 할머니. 옆에서 편드는 고모가 갑자기 미워지기 시작하였다. 집은 아버지, 할머니, 고모가 중심이 되어 어머니, 오빠, 자신이 덧붙여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맛있는 것을 전부 먹고, 어머니는 김치만 먹는 차별이 있었다. 이때 IP는 어머니와 함께 자신도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회상했다. 

 일 년 전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입원했는데 그때부터 IP의 섭식장애는 시작되었다. 그전까지는 집안일보다는 집 밖에 관심이 많았으며 학교생활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쓰러지는 것을 계기로 집안일을 돕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따라서 무관심했던 집안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지금까지 싫어했던 집안의 여러 부분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말랐다고 많은 사람이 걱정해 주는 것이 기뻤다. 처음에는 영양가가 적은 것을 선택하여 먹었지만. 서서히 먹지 않게 되었고 무리하여 먹으면 토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훔치다 들켜서 정학을 맞았다. 3주 후에 활기를 되찾아 학교에 갔으나 계속해서 아주 적은 양만을 먹어서 체중이 32Kg으로 줄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다시 도벽이 생기면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고 집안이 엉망이 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IP에게 학교를 빠지게 하는 등 IP를 가둬 주게 되었고, 그렇게 할수록 IP는 반항적으로 되어 그러한 구속에서 도망치려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가족치료를 받게 되었다. 가족치료를 받으러 왔을 때는 먹는 것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먹을 것은 직접 사서 와서 만들어 먹으면서도, 할머님이 드실 것은 내다 버리는 행동을 보여서 부모가 하루 온종일 IP의 곁에 있어야 하는 상태였다. 부모가 느끼는 불안이 조금씩 완화하면서 부모는 가능하면 IP를 구속하지 않고 편하게 놓아주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얻어서 얼마 후 IP는 명랑해지고 튼튼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IP의 상태가 점차 나아짐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IP의 도벽이 마음에 걸려서 자신들의 지갑 속에 있는 잔돈까지 확인하게 되었다. IP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상냥해져서 대성공이지만,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였다.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부모가 할머니를 돌보게 되자 또다시 대식, 구토를 반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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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성원이 보이는 문제행동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개인이 속해 있는 가족 전체의 인간관계의 병리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문제를 가족 역동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개인에 초점을 맞춘 직선적 인과관계를 추구하는 심리치료에 익숙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관점을 가족체계를 중심으로 한 순환적 인과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는 새로운 인식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상 사례를 가족 역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즉, 식욕부진증, 가정 내의 폭력, 등교 거부, 비행 문제를 가족 역동이라는 점에서 재조명해 봄으로써 개인 치료와 가족 치료의 차이를 더욱 명확히 하려고 한다. 여기서 소개되는 사례는 저자가 담당했던 사례 및 이미 논문에 소개된 다른 치료자의 사례를 정리한 것이며, 저자의 사례는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밝혀 둔다.

1. 밀착된 가족: 신경성 식욕부진증 자녀를 둔 가족

 청소년기에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발달과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으로부터 자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스스로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하나의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청소년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경험 가운데서도 보다 강렬한 경험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청소년은 자신의 가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서적 연결을 분리해야 하며, 동시에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공포 또는 기대를 동시에 경험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정서적으로 바람직하게 연결되며 그것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면, 그것은 심리적 이유의 실패와 연결되기 때문에 여기서 여러 가지 정신적 어려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청소년이 지닌 여러 가지 어려움 가운데 지나치게 강한 부모 자녀의 결합, 부모 자녀의 단절, 부모 자녀 간의 갈등 등이 그 배경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신경증은 가족으로부터 자립해야 하는 발달과제를 성취하지 못한 데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1)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특징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일반적으로 십 대나 이십 대 초반의 미혼여성에게서 자주 보이는 증상이다. 이들은 이 같은 문제가 있기 전에는 내향적이고 착실한 노력가로 학업이나 일상적인 활동에서 평균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어릴 적에 부모에게 별로 의존하지 않는 손이 가지 않는 자녀라는 평을 들었으며, 때로는 자기주장이나 결단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식욕부진증 발생은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남자 친구를 사귀는 데 실패하는 등의 정신적 요인이나 비만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다는 신체적 요인이 대부분이지만, 떄로는 계기가 확실하지 않은 예도 있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오랫동안 계속되는 식욕부진. 체중감소, 무월경, 변비 등이다. 이러한 증상은 언뜻 보면 내과의 도움을 필요한 신체적 증상처럼 보이지만, 이것의 배경은 식욕부진에 있다. 식욕부진은 모순된 부분이 많아서 때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많이 먹기도 하고 때로는 먹지 않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지만, 가족 몰래 먹거나 밖에서 간식을 먹는 경향이 있다. 또한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훔쳐 먹는 예도 있다. 몰래 먹을 때는 정신 없이 먹어대는 대식(bulimia)의 경향이 있으며, 먹고 나서는 설사약이나 인위적 방법을 사용해 곧 토해낸다. 어떤 사례의 경우에는 가족 앞에서 당당하게 대식을 하여 그 때문에 살이 찌고 다시 먹지 않고 또다시 대식하는 악순환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때도 있다. 또한 이들은 섭식 행동의 장애뿐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IP는 먹지 않아서 지나치게 말랐는데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학교나 집안일 등은 계속한다. 주위에서 걱정하여 이러한 활동을 저지하면 상당히 강한 반발을 한다. 식욕부진증 환자의 이와 같은 게 느긋하지 못한 부분 또는 과도한 활동성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은 이들이 휴일이나 휴가 기간에 상태가 더 나빠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아 그들은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다른 사람이 걱정하는 만큼 자신의 신체 상태에 대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자신이 병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 

 발병과 함께 대인관계에도 많은 변화를 보여서 가정 밖에서는 혼자 잘난 척하거나 반대로 누구에게나 분위기를 맞추는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한편 가정 내에서 보이는 대인관계는 획일적이다. 특정의 부모에게 반항과 의존이 혼합된 양면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는 부모는 지금까지 순종하던 아이가 갑자기 반항하거나 못되게 군다는 사실에 너무 크게 집착하여, IP의 의존적인 태도를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임상적 경험에 의하면 IP는 현실적으로는 의존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 그러한 증거로는 발병 이후 부모, 특히 어머니를 독점하려고 하며 어머니 관심이 자신 이외의 다른 형제나 다른 사람을 향하면 기분을 상한다. 발병 전에 그다지 많은 요구를 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요구가 많아지고 발병과 함께 인형, 봉제 장난감, 애완동물에 이상한 애착을 보인다. 돈에 대한 집착도 강해져서 부모에게 용돈을 강요하여 돈을 모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돈은 음식물을 사서 먹어 버리는 데 전부 써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감정이나 계획이 상당히 빨리 바뀐다. 또한 상당한 공허감을 느끼며 언제나 자신이 있을 곳이 없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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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독특한 한 사건과 연결될 수 있는 다른 사건들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이 같은 면담 과정은 내담자가 지금까지 비어있던 사건 밖의 이야기들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사건을 인식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성공적인 사건을 강조하면 내담자나 가족들의 역사와 연결하게 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독특한 결과나 특이한 사건들을 끌어내기 위한 질문의 예는 "아내에 대한 분노가 당신을 지배하려고 할 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던 때를 기억할 수 있습니까?"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었나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3) 전체 이야기를 다시 쓰기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매우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야기 치료자들은 문제와 연관된 부분으로서가 아니라, 내담자의 전체 정체성에 관심을 둔다. 내담자의 삶을 통하여 모아진 경험과 연관된 내담자 능력은 새로운 이야기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을 위하여 치료자는 과거와 현재의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문제를 극복한 내담자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그런 상항에서 우울증을 쳐부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당신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나요?"라고 물을 수 있다.

 때로는 치료자는 새로운 자기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보다 많은 증거를 찾기 위하여 문제들을 사건과 관계된 사건들을 넘어서 내담자의 역사적 시야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떻게 화를 잘 통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신의 지난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등의 질문이다. 새로운 자기 이야기가 윤곽을 잡아 나감에 따라 치료자는 초점을 미래로 옮길 수 있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 변화를 계획하도록 돕는다. "자, 당신은 자신에 대해 발견해 왔는데, 이러한 발견들이 분노를 초래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어서 가족원에게 희망적인 미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게 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이야기는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한 완성된 이야기가 된다.

 치료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공동 저작할 때 내담자에 대하여 자신들의 특별한 형태의 질문을 통해 뭔가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담자 스스로가 새로운 자기 이야기로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4) 새로운 이야기의 강화

 구성된 새로운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그것을 지지하는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을 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치료자들은 내담자가 자아 정체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청중이나 집단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강화하기 위한 편지를 쓰기도 한다. 더욱더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하여 두 번째 회기에서는 성취한 작은 변화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면 "지난주 술은 당신을 얼마나 통제했고, 당신은 얼마나 많이 통제 속에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이와 같은 질문을 통하여 내담자는 자신에게 문제를 넘어선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그들은 비관적인 이야기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으며 덜 속박을 당한다. 그런데 만약 내담자가 아직 비관적인 이야기 속에 머물기를 바라며 아무것도 진전된 것이 없다고 대답하면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다르게 해 보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면' 등의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치료자는 각 회기 종결 부분에서 외제 화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작은 것이라도 독특한 성과를 강조하면서 그날의 면담을 정리한다. 엡스턴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약을 종종 내담자에게 편지로 쓰기도 한다.

(5) 재진술을 통한 이야기의 풍부화

  이야기 치료자들은 중요한 사람의 청중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말하는 것과 다시 이야기하는 힘을 점차적으로 강조하였다. 이야기를 각각 다시 말하는 것은 더욱 풍성하게 하고 점차 살아 있고 참된 것이 되게 한다. 진술(telling)과 재진술(retelling), 재진술(retelling of retelling)에 대한 재진술을 통하여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면, 5명의 가족이 있다면, 치료자는 그중 세 명과 면담을 하고, 나머지 두 명은 대화의 청중이 된다. 그러고 나서 청중이었던 두 명의 가족과 면담을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대화하게 되는데 이것이 재진술이다. 다시 청중이었던 세 명의 가족과 면담을 통하여 재 진술하는 동안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질문하는데, 이것이 재진술에 대한 재진술이다. 이와 같은 진술과 재진술의 과정을 토하여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묘사가 점점 풍부해져 간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치료자가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게 되는 것은 행동의 조망과 정체감의 조망에 관한 질문들이다. 집단 따돌림을 당하여 자존감이 상당히 낮아진 중학교 소녀와 어머니의 면담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두 명의 소녀를 초대하여 뒤에서 면담 과정을 지켜보게 하였다. 30분 후 반대로 소녀와 어머니를 관찰실에 앉히고 관찰했던 두 명의 소녀에게 "조금 전 상담에서 너희들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무엇이지?"하고 질문한다. 이것은 풍부한 서술로 이끌기 위한 질문이다. "그것이 왜 너희의 주목을 끌었지?"라는 질문으로 내담자의 긍정적인 정체감을 강화시킨다. 이번에는 다시 소녀와 어머니의 면담으로 되돌아온다. "두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네가 몰랐던 건 뭐가 있니?"라는 질문으로 내담자 스스로가 긍정적인 삶의 결론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이야기 치료자가 설교하기보다는 지지하고 동료집단을 사용함으로써 지배적인 이야기를 해체하는 방법의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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