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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이 신경성 식욕부진증 청소년의 전형적인 특성을 기술하여 묘사한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단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젊은 여성에게서 일어난다.

 둘째,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마르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셋째, 습관적인 대식과 편식 및 구토를 반복한다.

 넷째, 칭찬하지 못하거나 정반대로 활동성이 높고 또는 일에 열중한다.

 다섯째, 자신의 현재 상태가 병이라고 보지 않고 오히려 만족하는 때도 있다.

 여섯째, 반복되는 자기 파괴적 행동을 보인다.

 일곱째, 행동 전반에 충동성이 존재한다.

 여덟째,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성숙 혐오, 여성성 기피, 금욕주의 등 자신의 심리적 세계에 상당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              있다.

 아홉째, 식욕부진이 자기의 내적 세계와 가족 내의 갈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2) 사례 소개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의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2 여름부터 키가 작고 뚱뚱한 자신의 외모에 신경이 쓰여서 키를 늘리고 싶다는 욕심에 많이 먹었다. 그런데 원하던 키는 그대로이고 체중만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중3 여름부터는 반대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차츰 먹지 않게 되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월경이 중단될 정도로 지나치게 마르게 되었으며, 도벽이 있다는 이유로 상담실에 불려 가기도 하였다. 가족은 친할머니. 부모, 오빠, IP의 다섯 명이다. 아버지는 회사원이나 음식점 경영을 부업으로 하고 있어 가정 형편은 중류 가정 정도이다. IP가 출생했을 때는, 이혼하여 친정에 와 있던 고모와 동거했으며, 친삼촌이 정신병을 앓은 일이 있다.

 부모는 중매결혼을 했다. 아버지는 소심하며 신경질적이고 꼼꼼하여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쓰거나 걱정이 많다. 또한 사회적이지 못하여 집에서는 화를 잘 내고 고집이 세며, 자기중심적인 가부장적 태도를 보였다. 1남 2녀 중 장남으로 할머니와 정서적 연결이 강하다. 이와는 달리 어머니는 확실하여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으면 마음을 놓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아버지가 회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집안에서 경영하는 음식점은 어머니가 거의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사교적이며 활동적인 사람으로 가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으나 1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 이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오빠는 할머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컸는데 낙천적이며 사교적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청년이었다. 현재 사립대학교 1학년이다.

 IP가 태어날 때 집안은 할머니를 중심으로 아버지, 고모가 있어서 어머니는 어제나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처지였다. 정상분만으로 발달은 순조로웠고 어머니는 일이 바빠서 할머니가 IP를 맡아서 키웠다. 할머니는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IP의 출생을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고 오빠를 더 귀여워하였다. 혼자서 잘 놀고 모든 걸 스스로 하는, 손이 가지 않는 아이였지만 고집이 조금 세었다. 5살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유치원에 가는 걸 좋아하여 아무런 문제 없이 다녔다. 친구와도 활발하게 잘 놀았다. 같은 시기, 집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고부간의 문제로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심한 경우 폭력을 행사 일이 자주 있었다. IP는 아버지가 찻잔을 집어던지면서 화를 내어 어머니가 밖으로 뛰쳐나가자 아버지가 뒤쫓은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IP는 그때 어머니가 불쌍했다고 회상하였다.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였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으나 좀처럼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럴수록 중심적인 존재로 눈에 띄고 싶어 하는 기분이 강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 편만 드는 아버지와 그것에 만족하는 할머니. 옆에서 편드는 고모가 갑자기 미워지기 시작하였다. 집은 아버지, 할머니, 고모가 중심이 되어 어머니, 오빠, 자신이 덧붙여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맛있는 것을 전부 먹고, 어머니는 김치만 먹는 차별이 있었다. 이때 IP는 어머니와 함께 자신도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고 회상했다. 

 일 년 전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입원했는데 그때부터 IP의 섭식장애는 시작되었다. 그전까지는 집안일보다는 집 밖에 관심이 많았으며 학교생활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쓰러지는 것을 계기로 집안일을 돕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따라서 무관심했던 집안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지금까지 싫어했던 집안의 여러 부분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때로는 지나치게 말랐다고 많은 사람이 걱정해 주는 것이 기뻤다. 처음에는 영양가가 적은 것을 선택하여 먹었지만. 서서히 먹지 않게 되었고 무리하여 먹으면 토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훔치다 들켜서 정학을 맞았다. 3주 후에 활기를 되찾아 학교에 갔으나 계속해서 아주 적은 양만을 먹어서 체중이 32Kg으로 줄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다시 도벽이 생기면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고 집안이 엉망이 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서 IP에게 학교를 빠지게 하는 등 IP를 가둬 주게 되었고, 그렇게 할수록 IP는 반항적으로 되어 그러한 구속에서 도망치려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가족치료를 받게 되었다. 가족치료를 받으러 왔을 때는 먹는 것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먹을 것은 직접 사서 와서 만들어 먹으면서도, 할머님이 드실 것은 내다 버리는 행동을 보여서 부모가 하루 온종일 IP의 곁에 있어야 하는 상태였다. 부모가 느끼는 불안이 조금씩 완화하면서 부모는 가능하면 IP를 구속하지 않고 편하게 놓아주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얻어서 얼마 후 IP는 명랑해지고 튼튼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IP의 상태가 점차 나아짐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IP의 도벽이 마음에 걸려서 자신들의 지갑 속에 있는 잔돈까지 확인하게 되었다. IP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상냥해져서 대성공이지만,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하였다.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부모가 할머니를 돌보게 되자 또다시 대식, 구토를 반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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